기준이야 저마다, 제각각, 경우에 따라지만 어쨌든 느낌에 대한 형용사는 분명 하나이다. 말이란 건 참 신기하게도 유의어는 존재하나 동의어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누구나 다른 느낌으로 사는 것이 당연하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혹은 이별하거나 이름 붙일만한 관계도 가져가며 살고 있는 그도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형용사를 하나씩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보았을 때, 임을 형용사화 하자면 분명히 ‘매혹적인’일 것이다. 임은 일반적으로 수려하다거나, 우아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할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나 임을 매혹적이라 칭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뿐이다. 그것은 그가 가진, 임에 대한 단 하나의 특권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말에도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매혹적인’이란 단어 하나를 사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
여름의 끝자락, 아마도 곧 지나갈 9월의 초반. 이미 저녁은 선선하고 뙤약볕의 공격을 받지 않는 이상 더울 이유도 없는 날. 하늘거리는 옷을 입고 연못가에 앉은 사람. 또한, 밤도 낮도 아닌 것, 황혼의 공기를 마시는 사람. 동시에 웃을 준비를 하는 사람. 가을을 맞이하며 잎을 떨굴 준비를 하는 수국과 연인을 잊을 준비를 하는 윤이 있었다. 윤, 연인 – Hydrangea 윤은 연인을 만났던 이후로 줄곧 차분해졌다. 동시에 휴대전화를 자주 확인했다. 연인이 혹여나 연락하지 않을까 하여. 연인은 윤과 만난 그 날 이후, ‘잘 들어갔어요?’를 끝으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 생존신고 느낌으로, 종종 윤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 거의 야근 게시글 – 에 ‘좋아요’나 누를 뿐이었다. 윤은 서운한 감정이 없지 않아 있..
만남과 이별에 익숙해지며 살아가는 사람은 이런 일로 상처받지 않는다고 윤은 생각한다. 어차피 언젠가는 헤어질 사람이었다며 자신의 등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쓰다듬는다. 속박을 혐오하는 연인과 적당한 속박을 요구하는 윤은 유감스럽게도 맞지 않는 사람이다. 결국 연인의 말을 기점으로 ‘전 여자친구’ 타이틀을 얻은 윤은 아무렇지도 않게 상처를 주는 연인을 상대로 아무렇지도 않은 척을 하고 만남의 장소를 빠져나온다. 아이러니 하다. 처음과 끝이 같은 곳에서 맺어진다. 울컥하는 느낌을 받는다. 울지 않는다. 덤덤하게 이별의 함수를 써 내린다. 윤은 쓴웃음을 지으면서 걷는다. 윤의 연인은 눈썹조차 움직이지 않은 덤덤한 표정 그대로다. 윤은 어쩐지 자신이 지나치게 감정적이라고 바라보게 된다. 그대로 택시를 잡아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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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발짝 한 발짝을 빠르게 디디며 생각했다. 비가 오고 난 후의 하늘에서는 우산이 쓸모 없다고. 비가 오고 생긴 기찻길과의 교차로 앞 웅덩이에는 하늘색 하늘이 비추었다. 장우산을 일부러 웅덩이에 넣어 끌며 자판기 앞으로 갔다. 손에 보이는건 백 원짜리 동전 하나-, 두 개구나. 이 정도면 충분히 비싼 보리차 하나 정도는 사 마실 수 있었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보리차 페트가 나왔다. 차가운 기운이 물신, 피부에 닿았다. 여름도 아닌 주제에 비가 오고도 더운 날씨에서는 꽤나 편리했다. 뚜껑을 열고 차를 마셨다. 그러면서 생각난건, 유난히 이 자판기의 보리차를 좋아하는, 어떤 여자아이였다. 청춘의 고백_1인칭 주인공 시점 W. 간첩 갓 입학하여 벚꽃을 기다리는 3월 중순을 달리고 있었다. 날씨는 제법 ..
*그냥 보시는 것도 상관은 없지만, 하츠네 미쿠의 여름이 지나고 너를 생각해 를 들으면서 보신다면 더 전달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uedMeGPIiz0 영상 링크 여름에 떠난 너를 생각해 W. 간첩 하늘은 끝없이 맑건만 눈 앞은 뿌옇게 흐려진다. 아마 마음 속 응어리가 표출되어서 그런걸거야, 라고 조용히 눈물을 삼킨다. 바람이 분다. 구름은 빠르게 흘러간다. 우리의 사진 속에는 그저 멈춰있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구름, 멀어지지 않을 것 같던 구름은 나에게서 멀어진다. 아마 우리의 사이도 저기 떠가는 구름과 같이 그렇게 멀어진다. 끝없이 나오는 눈물 탓에 앞의 시야가 환해질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난 이 여름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생각하겠지. 왜..
미도리오는 굉장히 젠틀한 매너공 다정공이었으면(물론 남자 상대로) 한다. 여자 상대론 닥치고 깔려라. 미도키누의 경우 아슬아슬한 스엠파트너 관계가 괜찮을 것 같다. 사토야츠는 맞짝사랑인데 사토시가 워낙 철벽이고 야츠시는 눈새여서 타이밍 못 잡는 관계랄까나. 미도키누의 경우 키누가와의 성벽을 미도리오가 먼저 알아차려서 내가 네 성욕을 도와주겠다고 하고 서로 첫 플레이 개시해라. 근데 스탑코드를 둘 다 과학교사니까 아질산나트륨, 붕산, 미토콘드리아 뭐 이런걸로 잡았으면 한다. 처음엔 미도리오가 자기 성욕 풀고 동시에 키누가와도 풀어주자는 윈윈에서 시작되었으나 막상 하다보니까 막 마음 흔들리는거 근데 키누가와는 막상 속내를 잘 들춰내지 않는거지. 그래서 점점 스엠플 수위가 높아지면 좋겠다. 나중엔 진짜 감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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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새벽공기가 다 가시지도 않은 채인 산골에 조용히 여우 한 마리가 서성거렸다.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에 무언가 먹을 것이 있나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어이쿠, 불쌍해라. 낮은 목소리. 여인의 비웃음이 여우의 곱상한 털을 스쳤다. 조용히 노려보더니, 생선대가리를 문 채로 사라졌다. 여인은 비릿하게 웃음지으며 여우를 향해 소리쳤다. 더는 이 집에 아무도 살지 않는단다. 비릿함W.간첩 먼지가 쌓이다 못해서 뭉쳐진 마루에 여인이 걸터앉았다. 이런 흉가에서 나왔다 하기에는 믿기지도 않는 고운 실로 짠 고급진 옷을 입은 여인이었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은 어째서인지 뿌리가 아닌 끝에서부터 하얗게 변하고 있고 선량하게 쳐진 눈매에는 다홍색의 화장이 칠해져서는 눈매조차 도도하게 변해있었다. 이미..
17년의 세월_功 W.간첩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꽤나 복잡해졌다. 동성에다가, 17년을 같이 보낸 친구. 시간은 우리의 친밀도를 바벨탑처럼 쌓아올렸고 불안한 우리의 탑은 그녀의 고백으로 인해 모래성인 양 무너져내렸다. 공든 탑은 내 눈 앞에서 허물어졌다. 가슴 속에 무언가, 덩어리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그녀를 놓칠 것 같다는 불안함과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나에 대한 억한 심정이었다. 나는 그녀를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내 옆에서 태양인 양 웃고있는 아름다운 친구였다. 그녀가 웃을때 주위는 반짝반짝 빛났고 그녀가 우울할 때는 내가 그녀의 버팀목이 되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았기에, 그 이상 오는 것을 불편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