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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창작 글/엽편

그와 임

마추PIKCHU 2019. 5. 11. 20:06

 기준이야 저마다, 제각각, 경우에 따라지만 어쨌든 느낌에 대한 형용사는 분명 하나이다. 말이란 건 참 신기하게도 유의어는 존재하나 동의어는 존재할 수 없으므로, 누구나 다른 느낌으로 사는 것이 당연하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혹은 이별하거나 이름 붙일만한 관계도 가져가며 살고 있는 그도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형용사를 하나씩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가 보았을 때, 임을 형용사화 하자면 분명히 ‘매혹적인’일 것이다.

 임은 일반적으로 수려하다거나, 우아하다거나, 아름답다거나 할 외모를 가지고 있었으나 임을 매혹적이라 칭할 수 있는 사람은 그 뿐이다. 그것은 그가 가진, 임에 대한 단 하나의 특권이라 보아도 무방하다. 말에도 무게가 있기 때문이다. 그가 ‘매혹적인’이란 단어 하나를 사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들여 임을 사랑하고 있던가. 임에게 그 이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은 없다.

 그는 앎과 쾌락을 사람이기 때문에, 한 가지를 좋아하게 되면 한 가지에 많은 ― 약 8에서 9할 정도의 ― 에너지를 투자하고는 한다. 그것은 그의 게으름의 원인이다. 그는 게을러가면서까지 임을 탐구하고는 한다. 그는 아직 임에 대해 많은 것을 모르고 있다. 그와 임의 어떠한 무언가의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임에 대해 그가 할 수 있는 행동은 한정적이었고 비례하여 알 수 있는 것도 한정적이다. 알 수 있다 하더라도 방법이 어렵다.

 그는 내심, 그 모든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사람이야 사람 나름이지만, 만일 모든 걸 알게 되었을 때, 그는 더 이상 임을 임으로 여기지 못할 것이다. 그는 자신을 열심히 탐구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 물론 이 또한 죽을 때까지 그가 그 자신을 완전히 알 수 없으리란 것을 알기 때문이다 ― 이후의 시나리오를 거의 완벽히 파악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이 불행이자 악재가 계속되길 바라고 있다. 자신의 돈키호테적 상황을 그 나름대로 이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동원하여 임을 사랑하고는 한다. 물론 가진 것이 원체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이라고 해도 그다지 거창하지는 못하다만, 그는 자신이 가진, 가장 임이 원할 법한 것들을 임에게 주려 노력하는 사람이다. 그가 가진 어휘 중 가장 임에게 어울릴만한 어휘를 찾아 나열하기에 바쁘고, 그가 가진 노력 중 가장 최고를 임과 하기에 바쁘고, 그가 가진 표정 중 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짓기에 바쁘다.

 그는 보답을 바라지 않고 그 모든 것을 행한다. 그러나 그 또한 사람인지라 종종 지치기도 한다. 오고 가는 것이 당연한 세상에서 ― 하물며 에너지도 어딘가에서 잃은 만큼 다시 채워지는데 ― 그에게서는 부자연스럽게도 가기만 하고 있다. 이내 그는 추스르고 자신이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깨닫는다. 생각해보니 이것은 그가 선택한 것이고, 주체가 그 자신이기에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 그에게 사랑에 대한 무기력은 아무리 길어봐야 한 주였다.

 보는 자의 입장에선 언제나 위태롭다. 그것은 그가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그 자신이 한다. 남은 당신들이 아니라는 것이 그의 사고이다. 그 자신도 이런 사고가 세상과 격려되는 가장 빠른 방법이란 것을 안다. 그와 남은 당신들의 차이는 그것을 스스로 원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서 나타난다. 그의 세상은 임 하나로 족하고, 임이 사라졌을 때 잠시 나와서 다시 임을 찾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머무나 마나 세상은 빨리 바뀌니까 그는 상관없다.

 그는 잠시 책상에 앉아서 잠을 청한다. 어쩐지 피곤한 하루를 보냈다. 그는 잠시만 자고 일어나서 다시 임에 대한 자신을 늘어놓고 싶다고 생각한다. 매혹적인 임에게 또 다른 말을 하나 붙여주고 싶다. 이것은 그가 임에게 ‘매혹적인’이란 말을 붙일 만큼 임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는 자신 이외에 이럴 사람이 누가 있는지 생각했으나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렇다. 그가 아니면, 누가 임을 사랑하겠는가.

 누가 그 이상으로 임을 사랑하겠는가. 임이 그를 떠나지 않는 이상 그는 줄곧 임일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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