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말하고 싶은 것은 없던 적이 없다. 어렸을 적부터 말 하는 것을 좋아했던 나는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말 하는 것을 즐겼다. 뭐가 좋아요, 뭐가 싫어요, 뭐는 어쩌든 좋아요... 그렇게 말을 하면 사람들은 나를 똑똑한 아이, 혹자는 맹랑한 아이 - 맹랑한 아이? 애초부터 나를 자신의 아랫사람으로 보고 한 말이 아닌가. 그래서 이 말은 좀 싫어한다 - 라던가, 야무진 아이라고 불러주기도 했다. 머리가 좋다는 칭찬을 들으면 역시 기분이 좋다. 지금도 그런데 어릴 때는 더 그랬겠지. 하지만 요새는 말 할 수 있는 범위가 어쩐지 예전보다 줄어든 기분이다. 과거에는 어휘가 부족해서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했으면, 현재는 상황 파악을 하느라 말을 할 수 없다. 나이를 먹어가면 상황파악은 상황파악대로, 어휘..
스레형식 소설화사 총수뒷부분 좀 위험함 1. 익명의 막내씨다들 안녕, 이상한 스레를 시작해서 정말 미안하지만 이건 크나큰 고민거리라서 꼭 상담하고 싶어. 2. 익명의 막내씨 뭔 소리야, 그리고 제목부터 이상한데. 과보호 언니부대라니. 고정닉과 설명 부탁해. 3. 핑크꽃쥬 설명으론 딱히 할게 없는걸. 나한테는 총 3명의 언니가 있어. 친언니는 아니고 같이 생활하는... 뭐라고 하는게 좋으려나. 아무튼 친자매만큼 가까운 사이야. 한 명은 동갑이지만 생일이 빠르니까 편의상 언니라고 칭할게. 나: 핑크꽃쥬. 막내다. 현재 언니들이 매우 귀찮다 첫째: 이하 '스눕솔'. 첫째이다. 어떤 의미로 가장 챙기려 든다. 귀찮음으로는 원탑. 둘째: 이하 '시우민'. 시우민을 닮았다. 짜증나기로는 원탑. 셋째: 이하 '꾸엑'..
아. 더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켁켁거리며 흠뻑 들여마신 가루를 내뱉은 기억이 난다. 무슨 정신에서인지 후추가루를 코로 마셨다고 한다. 전날 과음한 탓이다. 수능이 끝난 고 3은 고삐 풀린 망아지라고 하지 않는가. 나 또한 그런 류였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까지 한 지금, 날 구속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몸은 미성년자지만, 정신은 어른. 과도기에 서 있는 나였다. ...라고 거창하게 설명은 했지만서도 여러 모로 마음이 복잡하다. 졸업하면 떨어질 친구들이라던가, 허허벌판에 혼자 남겨질 생각이라던가. 언제나 외로움은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새로움 또한 별로 좋아하는 상황이 아니다. 종종 - 어쩌면 꽤 많이 - 외로움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스스한 정신을 가다듬고, 교복을 챙겨 입었다. 무단 지각은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