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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창작 글/단편

17년의 세월_受

마추PIKCHU 2017. 3. 14. 22:42
17년의 세월_受


W.간첩


어쩌면 그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17년의 세월이란 가벼운 것이 아닐 것이다. 친밀도는 세월에 비례하진 않으나 그래도 세월이 친밀도에 영향을 끼치는것은 맞을 뿐더러, 만나면 늘 행보를 같이 해왔고 서로의 파트너였기 때문에 더욱 더 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질 것이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옆 자리에서, 본인보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 웃을 일, 눈물 흘일 일, 쓰라린 일을 같이 해온 사람. 비록 카카오톡 프사에 같이 넣어두지는 못하지만 무엇보다 친밀한 관계를 느낄 수 있는 사람. 게임메시지가 오가도 기분 나쁘지 않은 사람. 어느새 그 아이는 나에게 이런 존재로 다가왔다.

나쁘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그 아이의 파트너' 라고 지칭했고 그 아이도 마찬가지로 'OO의 파트너' 라고 지칭되었다. 이렇게 하면, 그 아이와 하나가 된 것 처럼 기분이 좋아서, 일부러 더 행보를 같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 또한 한계가 있는 것일 뿐이었다.

사실 우리 둘은 예전에 잠깐 사귀었었다. 약 8개월동안 사귀고, 연인들이 할 것을 다 해보고. 처음부터 끝까지. 그러다가 헤어져 있는 지금에, 나는 안쓰러운 공백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옆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것은 나에게 크고 싸늘한 바람을 가져다 주었다.

나는 더 가까이 가고 싶었다. 좋아하는 너의 곁으로. 이 거리감을 좁히고 싶은 마음에, 앞쪽이 끝이 보이지 않는 낭떨어지임을 알면서도 한 발을 내딛었다. 낭떨어지에서 들려오는 공허한 바람소리가 나를 끌어당기는 느낌이 들었다.

좋아해, 라고 고백했었다. 너는 말했다. 너는 나에게 그 누구조다 소중한 친구니까, 더이상 나를 곤란하게 만들지 말아달라고. 완벽하게 까인 것이다. 좋아해, 그 감정이, 그 더럽고 이기적인 감정이 우리를 붙였다가도 갈라놓았으니.

17년간 공들인 탑이 무너지는 것을 보기 싫었다. 그렇지만 더 높이 쌓고 싶어서 불안한 도전을 했다. 탑은 완전히 무너졌고 나는 더 이상 그 아이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_전부 다, 이제서야 고백하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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