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더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켁켁거리며 흠뻑 들여마신 가루를 내뱉은 기억이 난다. 무슨 정신에서인지 후추가루를 코로 마셨다고 한다. 전날 과음한 탓이다. 수능이 끝난 고 3은 고삐 풀린 망아지라고 하지 않는가. 나 또한 그런 류였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까지 한 지금, 날 구속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몸은 미성년자지만, 정신은 어른. 과도기에 서 있는 나였다. ...라고 거창하게 설명은 했지만서도 여러 모로 마음이 복잡하다. 졸업하면 떨어질 친구들이라던가, 허허벌판에 혼자 남겨질 생각이라던가. 언제나 외로움은 견딜 수 없는 것이었다. 새로움 또한 별로 좋아하는 상황이 아니다. 종종 - 어쩌면 꽤 많이 - 외로움으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부스스한 정신을 가다듬고, 교복을 챙겨 입었다. 무단 지각은 해..
한 발짝 한 발짝을 빠르게 디디며 생각했다. 비가 오고 난 후의 하늘에서는 우산이 쓸모 없다고. 비가 오고 생긴 기찻길과의 교차로 앞 웅덩이에는 하늘색 하늘이 비추었다. 장우산을 일부러 웅덩이에 넣어 끌며 자판기 앞으로 갔다. 손에 보이는건 백 원짜리 동전 하나-, 두 개구나. 이 정도면 충분히 비싼 보리차 하나 정도는 사 마실 수 있었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보리차 페트가 나왔다. 차가운 기운이 물신, 피부에 닿았다. 여름도 아닌 주제에 비가 오고도 더운 날씨에서는 꽤나 편리했다. 뚜껑을 열고 차를 마셨다. 그러면서 생각난건, 유난히 이 자판기의 보리차를 좋아하는, 어떤 여자아이였다. 청춘의 고백_1인칭 주인공 시점 W. 간첩 갓 입학하여 벚꽃을 기다리는 3월 중순을 달리고 있었다. 날씨는 제법 ..
*그냥 보시는 것도 상관은 없지만, 하츠네 미쿠의 여름이 지나고 너를 생각해 를 들으면서 보신다면 더 전달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uedMeGPIiz0 영상 링크 여름에 떠난 너를 생각해 W. 간첩 하늘은 끝없이 맑건만 눈 앞은 뿌옇게 흐려진다. 아마 마음 속 응어리가 표출되어서 그런걸거야, 라고 조용히 눈물을 삼킨다. 바람이 분다. 구름은 빠르게 흘러간다. 우리의 사진 속에는 그저 멈춰있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구름, 멀어지지 않을 것 같던 구름은 나에게서 멀어진다. 아마 우리의 사이도 저기 떠가는 구름과 같이 그렇게 멀어진다. 끝없이 나오는 눈물 탓에 앞의 시야가 환해질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난 이 여름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생각하겠지.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