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발짝 한 발짝을 빠르게 디디며 생각했다. 비가 오고 난 후의 하늘에서는 우산이 쓸모 없다고. 비가 오고 생긴 기찻길과의 교차로 앞 웅덩이에는 하늘색 하늘이 비추었다. 장우산을 일부러 웅덩이에 넣어 끌며 자판기 앞으로 갔다. 손에 보이는건 백 원짜리 동전 하나-, 두 개구나. 이 정도면 충분히 비싼 보리차 하나 정도는 사 마실 수 있었다. 덜컹, 하는 소리와 함께 보리차 페트가 나왔다. 차가운 기운이 물신, 피부에 닿았다. 여름도 아닌 주제에 비가 오고도 더운 날씨에서는 꽤나 편리했다. 뚜껑을 열고 차를 마셨다. 그러면서 생각난건, 유난히 이 자판기의 보리차를 좋아하는, 어떤 여자아이였다. 청춘의 고백_1인칭 주인공 시점 W. 간첩 갓 입학하여 벚꽃을 기다리는 3월 중순을 달리고 있었다. 날씨는 제법 ..
*그냥 보시는 것도 상관은 없지만, 하츠네 미쿠의 여름이 지나고 너를 생각해 를 들으면서 보신다면 더 전달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uedMeGPIiz0 영상 링크 여름에 떠난 너를 생각해 W. 간첩 하늘은 끝없이 맑건만 눈 앞은 뿌옇게 흐려진다. 아마 마음 속 응어리가 표출되어서 그런걸거야, 라고 조용히 눈물을 삼킨다. 바람이 분다. 구름은 빠르게 흘러간다. 우리의 사진 속에는 그저 멈춰있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구름, 멀어지지 않을 것 같던 구름은 나에게서 멀어진다. 아마 우리의 사이도 저기 떠가는 구름과 같이 그렇게 멀어진다. 끝없이 나오는 눈물 탓에 앞의 시야가 환해질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난 이 여름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생각하겠지. 왜..
미도리오는 굉장히 젠틀한 매너공 다정공이었으면(물론 남자 상대로) 한다. 여자 상대론 닥치고 깔려라. 미도키누의 경우 아슬아슬한 스엠파트너 관계가 괜찮을 것 같다. 사토야츠는 맞짝사랑인데 사토시가 워낙 철벽이고 야츠시는 눈새여서 타이밍 못 잡는 관계랄까나. 미도키누의 경우 키누가와의 성벽을 미도리오가 먼저 알아차려서 내가 네 성욕을 도와주겠다고 하고 서로 첫 플레이 개시해라. 근데 스탑코드를 둘 다 과학교사니까 아질산나트륨, 붕산, 미토콘드리아 뭐 이런걸로 잡았으면 한다. 처음엔 미도리오가 자기 성욕 풀고 동시에 키누가와도 풀어주자는 윈윈에서 시작되었으나 막상 하다보니까 막 마음 흔들리는거 근데 키누가와는 막상 속내를 잘 들춰내지 않는거지. 그래서 점점 스엠플 수위가 높아지면 좋겠다. 나중엔 진짜 감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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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새벽공기가 다 가시지도 않은 채인 산골에 조용히 여우 한 마리가 서성거렸다. 아무도 살지 않는 폐가에 무언가 먹을 것이 있나 두리번 거렸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 어이쿠, 불쌍해라. 낮은 목소리. 여인의 비웃음이 여우의 곱상한 털을 스쳤다. 조용히 노려보더니, 생선대가리를 문 채로 사라졌다. 여인은 비릿하게 웃음지으며 여우를 향해 소리쳤다. 더는 이 집에 아무도 살지 않는단다. 비릿함W.간첩 먼지가 쌓이다 못해서 뭉쳐진 마루에 여인이 걸터앉았다. 이런 흉가에서 나왔다 하기에는 믿기지도 않는 고운 실로 짠 고급진 옷을 입은 여인이었다. 칠흑같이 검은 머리카락은 어째서인지 뿌리가 아닌 끝에서부터 하얗게 변하고 있고 선량하게 쳐진 눈매에는 다홍색의 화장이 칠해져서는 눈매조차 도도하게 변해있었다. 이미..
17년의 세월_功 W.간첩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꽤나 복잡해졌다. 동성에다가, 17년을 같이 보낸 친구. 시간은 우리의 친밀도를 바벨탑처럼 쌓아올렸고 불안한 우리의 탑은 그녀의 고백으로 인해 모래성인 양 무너져내렸다. 공든 탑은 내 눈 앞에서 허물어졌다. 가슴 속에 무언가, 덩어리가 생기는 기분이었다. 이대로 그녀를 놓칠 것 같다는 불안함과 그녀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나에 대한 억한 심정이었다. 나는 그녀를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그녀는 언제나 내 옆에서 태양인 양 웃고있는 아름다운 친구였다. 그녀가 웃을때 주위는 반짝반짝 빛났고 그녀가 우울할 때는 내가 그녀의 버팀목이 되려 노력했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친구 이상으로 보지 않았기에, 그 이상 오는 것을 불편해..
17년의 세월_受 W.간첩 어쩌면 그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17년의 세월이란 가벼운 것이 아닐 것이다. 친밀도는 세월에 비례하진 않으나 그래도 세월이 친밀도에 영향을 끼치는것은 맞을 뿐더러, 만나면 늘 행보를 같이 해왔고 서로의 파트너였기 때문에 더욱 더 이 세월의 무게가 느껴질 것이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바로 옆 자리에서, 본인보다 빠르게 알아차리고 안부를 물어보는 사람. 웃을 일, 눈물 흘일 일, 쓰라린 일을 같이 해온 사람. 비록 카카오톡 프사에 같이 넣어두지는 못하지만 무엇보다 친밀한 관계를 느낄 수 있는 사람. 게임메시지가 오가도 기분 나쁘지 않은 사람. 어느새 그 아이는 나에게 이런 존재로 다가왔다. 나쁘지는 않은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나를 가리켜 '그 아이의 파트너' 라고 지칭했고 그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