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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보시는 것도 상관은 없지만, 하츠네 미쿠의 여름이 지나고 너를 생각해 를 들으면서 보신다면 더 전달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https://youtu.be/uedMeGPIiz0
영상 링크
 


여름에 떠난 너를 생각해


W. 간첩

  
 하늘은 끝없이 맑건만 눈 앞은 뿌옇게 흐려진다. 아마 마음 속 응어리가 표출되어서 그런걸거야, 라고 조용히 눈물을 삼킨다. 바람이 분다. 구름은 빠르게 흘러간다. 우리의 사진 속에는 그저 멈춰있고,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구름, 멀어지지 않을 것 같던 구름은 나에게서 멀어진다. 아마 우리의 사이도 저기 떠가는 구름과 같이 그렇게 멀어진다. 끝없이 나오는 눈물 탓에 앞의 시야가 환해질 일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난 이 여름을 보낸다. 그러면서도 생각하겠지. 왜냐하면 난 너와 만났고, 그 짧은 3개월동안 우리는 서로 친밀해졌으며 알아갔고, 사람으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알며, 몸을 뒤섞기까지 했으니까. 하지만 너도 나도 서로 알려주지 않던 이 한마디,
 
"겨울은 좋지만 여름은 싫은걸".
 
 사랑스럽게 보고 생각하고 만졌다. 그럴수록 너는 알 수 없는 죄악감에 둘러싸여 점점 옥죄이는 기분을 느꼈다. 뭐, 그건 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이 동계가 끝나면 너를 떠나보내야만 한다는 일말의 두려움은 결국 사라지지 않는 것이려나. 이것은 곧 고슴도치의 딜레마가 아닐까. 결국 우리는 서로를 웃으면서 떠나보냈지만.

 몇 달 후 다시금 눈 앞이 주홍색의 단풍으로 물들었다. 하늘은 끝도 없이 높아지도 나는 이쯤 되면 너와의 만남이 떠오른다. 단풍과 같이 아름다운 사람아, 영원할 줄 알았건만 동계가 지나가니 사라진 사람아. 쌀쌀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막아줄 너는 없다. 난 분명히 너와는 다시 만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너와의 괴리감은 사라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너는 나를 잊었다고 생각했다. 넌 돌아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익숙한 것에 이끌려 하룻밤을 보내고 나니 내 눈 앞에 보이는 것은 단풍이었다. 단풍은 아름다운 물건을 보듯 나를 어루만졌다. 믿을 수 없는 상황에 네 볼을 눌러보았다. 이건 말도 안 돼, 볼을 누른 손으로 네 손을 잡고는 온기를 느낀다. 너는 검은 내 눈동자를 보고는 말하,

"추운 겨울에는 같이 붙어있을래".
 
 쓸쓸함을 느낄 그 즈음에는 너를 안고 있었다. 너도 나를 안았다. 36.5도씨의 온도는 서로를 보온한다. 그렇게 얼마쯤 지났을까, 달력은 어느새 3월의 끝자락을 표시하고 있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일말의 두려움이 느껴진다. 머리는 알고 있다, 분명히 금년의 겨울에도 너는 내게 다가온다는 것을. 몸은 불안하다, 그렇지만 이건 내가 좋은게 아니잖아? 그렇지만...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겠다. 당신과의 사랑은. 당신이 그랬던 것 처럼 나 또한 봄이 되면 당신의 체온이 슬슬 귀찮아지기 시작한다. 개구리가 깨어날 때 즈음 당신은 외투를 입는 방랑자가 되어 나를 떠날 준비를 한다. 나 또한 당신을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이렇다는 것은 내가 당신의 마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겠지. 하지만 이대로라면 우리는 겨울 밤 만의 사랑을 나눌 뿐이다. 여름에는 붙어있기 힘들지 않을까?

 쓸쓸함이 느껴질 즈음에는 너와 몸을 섞어가겠지. 뭐, 너도 마찬가지로 행복한 표정을 지으면서 나를 안겠지. 어느새 5월의 마지막이다. 내일부터는 여름이 다가온다. 한 바탕 일을 끝내고 내 옆에서 잠든 네 머리카락을 스윽 쓰다듬는다. 내일 내가 눈을 뜨면 이 자리에 없을 너, 정말 이대로 떠날거니. 잘못을 되풀이 할 뿐이겠지? 나를 진심으로 봐주는 날은 언제가 될지.

 사랑스러워, 사랑스럽게 볼수록 당신은 어쩐지 괴로워했다. 눈빛이 아닌 마음이 부담스러운 것이겠지. 왜냐하면 떠나갈 것이기에. 떠나갈 사람에게 잘 해주는 내가 측은하여? 아니면 자신이 죄스러워서? 어느쪽이던지 결과가 같아서? 뭐,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루어 짐작하건데, 너는 나를 마음 한 구석에 쳐박아 놓았어도 나는 그 자리에서 계속 진보한다. 네 마음의 문을 쾅, 쾅 두드리며 너를 압박 할 것이다. 언젠가는 우리 두 사람이, 서로 모든 이야기를 하며 여름에는 알몸으로 서로를 맞아들일 날이,

분명 올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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